1. 르데 (LE DE)
- 문 너머의 작은 세계를 방문하다

서귀포 안덕면의 어느 건물, 4층. 처음 르데를 찾았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무인 운영’이라는 점이었다. 도착하면 전화를 걸어야 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는 순간, 숨겨진 공간이 펼쳐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르데에는 유리 소품이 많았다. 투명한 것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걸으며, 하나하나 손에 들어보았다. 빛을 담은 듯한 잔들, 부드러운 곡선을 가진 그릇들. 손끝으로 느껴지는 감촉이 좋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옥수수 모양의 휴지케이스였다. 실용성은 둘째치고, 단순히 보고만 있어도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조용한 공간에서, 하나의 소품이 주는 감정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었던 곳이었다.
#기념품보단 소품 #내 취향 저격 #고요한 분위기 미침
2. 기완상점
– 제주를 담은 디자인을 만나다


협재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기완상점은 ‘제주 감성’이 듬뿍 담긴 편집샵이었다. 깔끔한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제주스러운 무언가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여기에서는 제주를 주제로 한 디자인 제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손으로 만져보지 않아도,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제주를 한 번 더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파스텔톤 색감의 컵, 감귤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는 캔들, 바람과 파도를 형상화한 패턴의 손수건.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제주를 하나의 감각과 분위기로 담아낸 물건들이었다.

사실 제주도에서 소품샵을 많이 다녀봤지만, 여기는 유독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물건들이 많았다. 단순히 예쁘거나 귀여운 것이 아니라, 처음 보는 것들인데도 이상하게 정이 가고 꼭 가지고 싶어지는 소품들이었다.

특히 한쪽 코너에 놓여 있던 간식들이 눈길을 끌었다. 우도 땅콩과 제주 당근이 들어간 다이제나 허쉬 초코칩, 타르트, 비스킷까지.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조합들이 가득해서 지인들에게 선물해 주기에도 딱 좋았다.
그중에서도 내 눈길을 사로잡은 건 짱구와 제주도의 콜라보 엘자파일이었다. 짱구를 좋아하는 지인이 떠올라 선물로 사기로 했는데, 솔직히 이런 디자인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어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하나만 산 게 두고두고 아쉬울 정도였다. 그때 몇 개 더 사둘걸, 하는 후회가 들 만큼.
소품 하나하나가 마치 제주 여행의 작은 조각처럼 느껴졌고, 그것을 고르는 순간마저도 여행의 일부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나중에 제주에 다시 오게 된다면, 이곳에도 꼭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쇼핑이 아니라, 한 번 더 제주를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레전드 소장욕구 #지인들 선물은 여기서 #한정템
3. 시키(SIKI)
– 협재에서 만난 따뜻한 시키의 집

이곳에서 가장 먼저 나를 사로잡은 건 은은하게 퍼지는 향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익숙하지 않은데도 어딘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향이 가득했다. 다양한 룸 스프레이와 향 제품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고, 하나하나 시향할 때마다 기분이 묘하게 달라졌다. 어떤 향은 따뜻했고, 어떤 향은 서늘했으며, 어떤 향은 제주 어딘가의 풍경을 떠오르게 했다. 이곳이 단순한 소품샵이 아니라 감각을 일깨우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가게를 둘러보다 보니 선반 위에 아기자기한 자석들과 감각적인 문구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평범한 기념품이 아닌, ‘정말 제주에서 가져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들이었다. 투박한 감성이 아니라, 제주가 가진 고유한 색채와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낸 디자인들이 인상적이었다. 하나를 고를 때도 쉽게 결정할 수 없을 만큼, 작은 것들 사이에도 이야기가 스며 있는 듯했다.

그리고 이곳에는 시키가 직접 그려놓은 듯한 귀여운 그림들이 담긴 반팔, 긴팔 티, 맨투맨도 있었다. 단순한 캐릭터 디자인이 아니라, 한 장면을 담은 듯한 감성적인 그림들이 옷 위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옷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부터 계산대까지 가게 전체가 마치 시키의 방 한구석처럼 꾸며져 있었다. 이곳을 천천히 둘러보는 동안, 왠지 빨간머리를 가진 말괄량이 소녀가 “이거 귀엽지 않아?” 하며 하나씩 추천해 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진 찍으면 찍는대로 이쁨 #개인적으로 옷 추천
4. 우무(UMU)
– 푸딩과 소품이 공존하는 공간

우무는 사실 푸딩이 유명한 곳이다. 부드럽고 달콤한 푸딩을 맛보러 간 곳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소품들도 꽤나 매력적인 것들이 많았다.



푸딩을 먹고 난 뒤, 매장을 둘러보았다. 미니멀한 디자인의 컵과 그릇, 그리고 작은 수첩과 엽서들이 시선을 끌었다. 특히 푸딩을 담는 유리병이 너무 예뻐서, 다 먹고 나서도 버리지 않고 가져왔다. 어쩌면 소품샵에서 물건을 사는 것만큼이나, 이렇게 일상에서 소품을 하나 챙겨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푸딩 맛 신기한데 끌림 #더이상 다먹은 통을 쓰레기라 부르지 말라
소품에 담긴 기억, 그리고 여행
여행을 떠나고 나면, 기억은 점점 흐릿해진다. 하지만 그때의 감정을 오래도록 남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나는 그 답을 소품샵에서 찾는다. 작은 컵 하나, 향초 하나, 손바닥만 한 메모지 한 장에도 그날의 공기와 빛, 기분이 녹아 있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도 그렇게 몇 개의 물건을 가져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물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볼 때마다 떠오르는 순간들이다. 르데에서 문이 열리던 순간, 기완상점에서 감귤 향이 스치던 순간, 시키에서 향을 고르던 순간, 우무에서 푸딩을 떠먹던 순간. 그 순간들이 이 작은 소품들 속에 담겨 있다.
아마도 다음에 제주에 다시 가게 된다면, 또 다른 소품샵에서 새로운 기억을 담아오겠지. 그러니까, 이 소품들은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여행의 조각들이다. 작은 것들이지만, 그것들이 모여 나의 제주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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