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추억을 소환해보자

어렸을 때, 아직 막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가족과 함께 방문했던 테디베어 뮤지엄. 그때의 기억이 아련하게 남아있었고, 이번 여행에서는 그 추억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막내에게도 이곳의 재미있는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다.

이곳은 제주 서귀포시 중문으로, 제주 중문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곰돌이 친구들이 기다리는 곳이다. 입장료는 성인 12,000원, 청소년 11,000원, 어린이 10,000원으로 테디베어들의 세계로 입장하는 순간, 그 가격이 아깝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운영시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지만, 입장은 6시 전에 마감되니 여유롭게 방문하는 게 좋다. 그리고 좋은 소식! 이곳은 연중무휴다. 언제든지 테디베어들이 활짝 웃으며 반겨주니, 마음이 내킬 때 부담 없이 찾아가도 된다.
테디베어, 너 누구야?
테디베어 뮤지엄의 구조는 독특했다. 로비가 가장 위층이고, 전시를 관람하려면 점점 아래층으로 내려가야 했다. 첫 번째 계단을 내려서자마자 엄청나게 큰 테디베어 액자가 나타났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거대한 액자 속 테디베어 덕분에 사람이 아주 작아 보이는 착시 효과를 경험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본 전시는 테디베어의 유래였다.
“이 귀여운 곰 인형이 왜 테디베어라고 불릴까?”

사연은 19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테디 루스벨트가 사냥 도중 잡힌 아기 곰을 보고 사냥하지 않겠다고 했던 일화에서 유래되었다. 이 장면을 본 한 풍자 만화가가 신문에 이를 그렸고, 이를 본 한 장난감 가게 주인이 ‘테디의 곰(Teddy’s Bear)’이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테디베어가 되었다.
그다음으로는 테디베어로 재현한 역사적인 장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찰리 채플린이 나오는 영화 속 한 장면, 인간이 처음 달에 착륙했던 순간, 왕족들의 화려한 연회까지! 역사 속 명장면들이 귀여운 테디베어로 표현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또, 입구에서부터 등장하는 시간 여행자 테디베어(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를 찾아다니는 것도 재미 요소였다.

이 친구를 곳곳에서 발견하면 왠지 모르게 뿌듯하고, 테디베어 뮤지엄을 더욱 몰입해서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몇몇 조명이 꺼져 있었고, 일부 전시물은 관리가 덜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점이 보완된다면 훨씬 더 멋진 공간이 될 것 같았다.
한때 대한민국을 휩쓴 ‘궁’ 패러디한 테디베어
다음 층으로 내려가니, 드라마 ‘궁’을 패러디한 테디베어 전시가 펼쳐졌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테디베어, 단정한 교복 차림의 테디베어까지! 특히 언니와 막내는 이 드라마를 좋아했기에 신나하며 테디베어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옆 공간에는 패션쇼 무대를 구현한 테디베어 전시가 있었다. 관객석에는 작은 테디베어들이 모델들의 워킹을 지켜보고 있었고, 무대 위에서는 스타일리시한 옷을 입은 테디베어들이 런웨이를 걷고 있었다.

흥겨운 음악이 흐르는 이곳에서, 나도 모르게 모델워킹을 따라 하게 되었다. 다행히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맘껏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전시는 실제 유명 디자이너의 무대를 테디베어 스타일로 그대로 재현한 것이었다. 테디베어도 패셔너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어서 명화 속 테디베어 전시가 이어졌다. 이삭 줍는 베어들, 테나리자 등 세계적인 예술작품이 테디베어 버전으로 재탄생해 있었다. ‘곰돌이가 명화를 따라 하면 이런 느낌이구나!’ 하며 감탄했다.
크.. 이맛에 테디베어 뮤지엄 오는거지
사실, 관람하면서 살짝 본전 생각이 났다. 입장료가 12,000원이었는데, 뭔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1층에 도착하자 그런 아쉬움도 조금씩 잊혔다.

이곳에는 테디베어 관련 굿즈가 한가득했고, 작고 귀여운 테디베어 인형들이 선반과 진열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기자기한 소품부터 커다란 인형까지, 곰돌이들의 귀여움이 폭발하는 공간이었다. 특히, 여러 인형들이 모여 거대한 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 같았다. 작은 곰돌이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모습이 묘하게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

밖으로 나가니 한쪽에는 카페가 자리 잡고 있었다. 통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은 정말 멋졌고, 넓게 펼쳐진 제주 자연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보였다. 한적한 분위기에서 차 한 잔 마시며 여운을 즐기기에 딱 좋아 보였지만, 우리는 이미 다른 카페를 가기로 결정한 상태였기에 아쉽게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음에는 꼭 여기서 커피 한 잔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마지막 계단을 올랐다.
신나게 흔들어 재끼다가 그만..
출구로 향하던 중, 아직 남은 전시 공간이 하나 있었다. 안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이 들려왔고, 호기심에 들어가 보았다.

어두운 공간 안에서, 테디베어로 재현된 엘비스가 춤을 추며 라이브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심지어 곡 사이에는 농담까지 섞여 있어, 마치 진짜 콘서트에 온 기분이 들었다. 이때 나도 모르게 흥이 올라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했다.

사람도 없겠다, 언니와 동생도 덩달아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막내가 다급하게 외쳤다.
“언니!! 그만!!”
뭐지? 하고 돌아봤는데, 막내가 말하길... “어떤 남자가 우리를 엄청 이상하게 쳐다보면서 지나갔어...”
순간 정적. 창피함이 몰려왔다. 빨리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더 웃긴 건, 만약 동생이 말하지 않았더라면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춤을 췄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
테디베어 뮤지엄과 쌓은 또 다른 추억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방문했던 테디베어 뮤지엄. 예상치 못한 재미와 웃음을 가득 안고 나올 수 있었다.
12,000원이 조금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마지막에 춤까지 추고 나니 모든 걸 잊게 되었다. (그럴만도,,) 곳곳에서 테디베어를 찾는 재미도 있었고, 역사와 예술을 테디베어로 만나는 경험도 흥미로웠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방문하면 더욱 즐거울 것 같다. 다음번에는 더 관리가 잘된 모습으로 다시 찾아오길 바라며, 테디베어 뮤지엄에서의 특별한 하루를 기억 속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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