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상 미션 성공 ^3^
아침 햇살이 창문을 두드릴 때쯤, 우리는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 어제 먹은 음식들이 아직도 속에 남아 있는 듯해 아침은 가볍게 넘기기로 했다. 대신, 오늘은 부지런히 움직일 계획이었다. 최대한 빨리 외출했다가 돌아와서 수영을 하기로 했는데, 그 생각만으로도 괜히 설레었다. 우리 가족이 외출 준비하는 데 보통 한 시간이 걸리지만, 오늘만큼은 예외였다. 엄마, 아빠의 강력한 독촉과 함께 2배속으로 흘러나오는 노래를 배경 삼아 정신없이 움직였다. 특히 주범인 셋째 동생은, 평소엔 온갖 화장을 다하며 시간을 잡아먹곤 했지만, 오늘은 속전속결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불가능할 것 같던 30분 단축을 성공적으로 해냈고, 승리감에 차서 차에 올랐다.
🌊 여운이 남던 남해 유배 문학관

목적지는 ‘남해 유배 문학관’. 겨울철 남해는 실내에서 시간을 보낼 곳이 마땅치 않았지만, 밤새 서치를 한 끝에 찾아낸 곳이었다. 차로 30~40분쯤 달려 도착했을 때, 예상대로 주변은 한적했다. 관광객이라고는 우리 가족뿐인 듯 보였다. 문학관에 들어서자마자, 여느 박물관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언뜻 봤을땐 매우 작아보였지만, 그 속에 정말 유서깊은 문서와 자료들이 많았다. 특히, 단순히 전시물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건 VR 체험이었다.
나는 조선 시대의 관리가 되어 유배를 선고하는 역할을 맡았다. 눈앞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내 명령을 기다리는 듯한 묘한 분위기. 순간,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정말로 권력을 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책임감과 무게감도 스며들었다. ‘한 마디 말로 한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는구나.’ 유배를 당하는 입장이 되어보는 체험도 있었다. 특정 구역에 서자, 스피커에서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이제 유배를 떠나야 한다." 그 짧은 한마디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마치 실제로 조선 시대로 돌아가 죄인이 된 듯한 기분. 그 순간만큼은, 단순한 ‘역사 속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현실처럼 느껴졌다. 가장 웃긴 건 태형 체험이었다. 십자가 모양의 나무 구조물에 셋째 동생이 엎드리자, 아빠와 언니가 신나게 때리는 시늉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 우리 가족은 그 모습을 보며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문득, 실제로 이런 벌을 받았을 사람들을 떠올리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곳에는 주리를 트는 형벌 체험도 있었다. ‘이게 정말 가능했던 일인가?’ 싶을 만큼 잔인한 형벌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것이 곧 법이고, 질서를 유지하는 방식이었겠지.
🌊 유배의 새로운 발견
조금 더 깊이 전시를 둘러보다가 깨달았다. 유배란 단순한 형벌이 아니었다. 어떤 이들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했다. 장영실처럼 유배지에서도 연구를 이어가며 업적을 남긴 사람도 있었고, 학문을 더 깊이 탐구한 이들도 있었다. 어떤 길을 가든 결국 선택과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문학관의 마지막에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군인들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제복, 낡은 군화, 그리고 진지한 눈빛을 한 사진 속 인물들. 그들이 지나온 시간이 얼마나 치열했을지,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남해 유배 문학관을 나오면서, 유배라는 단어가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일’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감정과 선택이 더 깊이 와닿았다. 그리고 문득, 앞으로도 이런 체험이 있는 곳을 찾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로 돌아가는 길, 창밖으로 남해의 조용한 바다가 펼쳐졌다. 오늘 하루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다녀온 기분이었다. 과거를 직접 살아보진 않았지만, 잠깐이나마 그 속을 걸어본 느낌. 그리고 그 속에서, 오늘의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 비 오는 날의 소울푸드: 칼국수와 홍덕정
밖에 나가 점심을 나가려고 보니 밖엔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비가 오면 뭐다? 파전이다ㅎㅎ 우리는 서둘러 찾아보며 많지 않은 칼국수 가게 중 ‘홍덕정’이라는 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위생이 좋아 보였다. 가게는 아담하지만 나름 세련된 분위기였고, 내부도 따뜻해서 좋았다. 다만, 창문이 작아 빗소리를 들으며 창밖을 바라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는지, 엄마는 살짝 섭섭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살짝 아쉬워지기 시작했지만 뭐 음식이 맛있으면 생각도 안날 것이기에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간것 같다. 우리는 짬뽕 칼국수 2인분, 해물 칼국수 3인분, 그리고 해물 파전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테이블 위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특히 파전을 보는 순간, ㅇㅇ너 이미 맛있어보임 소리가 절로 나왔다.ㅎㅎ
첫입은 짬뽕칼국수다. 짬뽕 칼국수는 국물부터 강렬했다. 얼큰한 국물이 입안 가득 퍼지는 순간, 속까지 뜨끈하게 데워지는 기분이었다. 잘게 썬 청양고추가 들어가 있어 칼칼한 맛이 살아 있었고, 통통한 오징어와 홍합이 푸짐하게 들어가 있어 씹을 때마다 바다 향이 진하게 느껴졌다. 면은 쫄깃했고, 국물과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해물 칼국수는 짬뽕 칼국수보다 맑고 깊은 맛이었다. 조개에서 우러나온 깔끔한 국물은 한 숟갈 뜨는 순간 혀끝을 부드럽게 감쌌다. 국물 속에는 미더덕이 숨어 있었고, 씹을 때 톡 터지며 바다 향이 퍼지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면발은 부드럽고 적당한 탄력이 있어 후루룩 먹기 좋았다.
🤤 지금까지 이런 해물파전은 없었다
그리고 대망의 해물 파전. 보통 파전은 가장자리가 바삭하고 가운데는 살짝 촉촉한 식감이 매력인데, 이곳의 파전은 달랐다. 반죽에 튀김가루가 들어가 있어 모든 부분이 바삭바삭했다. 젓가락으로 한 조각을 떼어내는 순간, 겉면이 사각거리며 부서졌고, 한입 베어 무니 고소한 기름 향과 짭조름한 해물 맛이 조화를 이루었다. 안에는 오징어, 새우, 홍합이 듬뿍 들어 있었고, 파의 달큰한 맛이 은근히 올라왔다. 간장 양념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조름한 감칠맛이 더해져, 젓가락이 계속 가게 만들었다. 바삭한 식감 덕분에 기름지다는 느낌보다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더 강했다. 비 오는 날, 따끈한 칼국수 한 그릇과 바삭한 파전 한 조각. 완벽한 조합이었다. 배가 불러오면서도 맛있어서 멈출 수가 없었다. 엄마도, 아빠도, 동생들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한입 한입을 즐겼다. 그렇게 우리는 남해에서의 또 다른 맛있는 추억을 하나 더 남겼다.
🌌 달빛 아래 수영장, 겨울의 매력
점심을 배불리 먹고 나니 몸이 나른해졌다. 하지만 우리의 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바로 수영장이 남아 있었다.
수영장은 야외에 있었지만, 생각보다 물이 따뜻했다. 처음에는 겨울바람에 살짝 움츠러들었지만, 물속에 발을 담그는 순간 따뜻한 온기가 퍼져 몸이 금방 적응됐다. 수증기가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수영장 위로, 해가 살짝 기울며 하늘이 노을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겨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온천 같은 아늑함이 느껴졌다. 나는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지난 1월부터 꾸준히 다니며 익힌 자유형과 배영을 언니와 동생들 앞에서 선보이기로 했다. 처음엔 장난스럽게 물을 튀기며 놀던 동생들도, 내가 본격적으로 수영을 시작하자 조용해졌다.
잘 보고 배워둬. 나는 자신 있게 몸을 숙였다. 자유형을 하기 위해 물살을 가르며 손을 뻗고, 일정한 리듬으로 발을 차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물속에서 호흡을 맞추는 것이 아직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처음 배웠을 때보다 훨씬 자연스러웠다. 동생들은 눈을 반짝이며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나는 한껏 우쭐해진 채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약 3시간 동안 물속에서 뛰어놀았다. 서로 물을 튀기며 장난을 치고, 누가 오래 떠 있을 수 있는지 시합을 하기도 했다. 언니와 나는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누가 더 빨리 가는지 자유형 대결을 펼쳤고, 동생들은 끝없는 다이빙과 물장구로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수영장 위로 달빛이 반짝였다. 우리는 물속에서 마지막까지 장난을 치며 웃었고, 어느새 손끝이 살짝 쭈글쭈글해질 때까지도 나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날의 수영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겨울 속 작은 여름 같았다. 따뜻한 물속에서의 시간은 마치 다른 계절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고, 우리는 그 순간을 온몸으로 즐겼다.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도 여행 에어비앤비 숙소 추천! 우리가 숙소비로 7만원 절약한 방법 (4) | 2025.03.03 |
---|---|
왜 여기 어른이 가도 재밌다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나요..? 제주도 여행 넥슨 컴퓨터 박물관 후기😎 (8) | 2025.03.02 |
진주 무조건 가야하는 국립 진주박물관, 냉면 국밥 맛집 홍연옥 (4) | 2025.02.22 |
경남 진주 카페 뮈렌 솔직한 후기, 해남 오션뷰 숙소 남해가인 (만족 2000%) (4) | 2025.02.20 |
진주-해남 여행으로 시작하는 나의 첫 티스토리 (김치찜 소나무집 추천해요) (6) | 2025.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