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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진주-해남 여행으로 시작하는 나의 첫 티스토리 (김치찜 소나무집 추천해요)

by pa-3-do 2025. 2. 18.

 

기억의 한 페이지, 첫 번째 기록 

방 한구석을 정리하다 낡은 티켓 한 장을 발견했다. 꼬깃꼬깃한 종이를 손가락으로 피며 생각했다. '아, 이거 그때 짱친이랑 같이 연극보러 갔던건데' 그때의 기억을 짚으려 조금 더 티켓을 매만졌다. 순간 그때의 풍경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따뜻한 햇살, 낯선 서울의 거리, 그리고 설렘 가득한 순간들. 그때는 그냥 지나쳤던 소소한 기억들이 이제서야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대로 이 티켓을 버리면 나 또 다시 이 기억들을 저 너머에 버려두겠지. 그래서 기록하기로 했다. 여행에서 마주친 풍경, 맛있는 음식, 그리고 평범한 일상 속 특별했던 순간까지. 언젠가 다시 꺼내 볼 수 있도록, 이 곳에 남겨보려한다. 
 

첫만남부터 반해버린 진주

우리 가족이 가장 최근에 다녀온 여행은 진주-해남 여행이다. 사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진주가 아니였다. 1년전 갔던 해남의 숙소가 너무나도 좋았기에 KTX를 타고 진주행 열차를 탄 것이였다. 그러나 진주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곳이였고, 내가 갔던 국내 여행지 중 세 손가락에 들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였다. 진주를 잘 모르던 우리가 열차를 내리자마자 처음 한 말은 '우와'였다.
 

창 밖에 보이는 아름다운 진주역은 지친 우리를 토닥이며  반갑게 맞이해주는 듯 했다. 열차에서 무려 3시간 동안 앉아 있느라 찌뿌둥했던 몸과 마음이 설레는 마음으로 환기되는 순간이였다. 서둘러 밖에 나가 사진을 더 잘 찍고 싶던 나는 캐리어를 끌고 밖을 나왔다.
 
그런데 왠걸, 저 사진의 모습보다 더 크고 웅장한 역이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렌트카때문에 동생이 얼른 오라고 부추겨 제대로 된 사진을 건질 수 없던게 최대 한이다. 진주역 자체만으로 충분히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소나무 집, 김치광공러의 날카로운 평가

그렇게 우리는 차를 타고 허기를 채우기 위해 서둘러 식당으로 향했다. 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소나무 집', 김치찜을 파는 곳이다. 아, 참고로 우리 가족 입맛을 맞추는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일단 인원만 6명이다. 엄마, 아빠, 언니, 나, 동생 둘. (참고로 동생 둘 모두 여자다) 우리 가족의 입맛은 이렇다. 엄마는 양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시고, 아빠는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시며, 또 언니와 동생들은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난 주는대로 다먹는 대식가다. 아무튼 그만큼 우리 가족의 입맛을 맞추는 일은 항상 도전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고심해서 고른 메뉴는 김치찜. 소나무 집이였다. 
 
가족에겐 말 못했지만 내심 떨리는 마음으로 소나무집을 들어가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 들어가는데 식당은 주택처럼 집의 형태였다. 마치 고모네 집으로 밥을 먹으러 가는 느낌이였다. (고모인 이유는 우리 고모네 집이랑 비슷하게 생겨서다) 평일에 가서 그런지 유명한 곳치곤 꽤 한산했다. 메뉴는 고등어 김치찜 중, 돼지고기 김치찜 중짜리를 시켰다. 차림상은 그릇 빼고 완벽했다. 김, 부추 무침,  어묵볶음, 미역국에다 계란찜까지 기본으로 나왔다. (아 상추도 있었다) 부추무침이나 어묵볶음은 적당한 간이라 집밥같은 느낌이 나서 맛은 정말 훌륭했다. 다만 그릇까지 옛날 무드라 플라스틱을 쓰는데 얼룩..?같은게 있어서 조금 그랬다. 뭐, 비호감이고 그런 정도는 아니다. 반찬 몇개를 먼저 집어먹고 있었을까, 음식은 꽤 빨리 나왔다. 잘되는 이유가 이런 사소한거 같다. 빨리빨리의 민족은 속도에서 호감도가 올라간다. 
 

김치광공러의 아름다운 눈물

음식 사진이 세상에서 제일 찍기 어려운 것 같다.

일단 비주얼 100점. 테이블 위에 놓인 김치찜을 보자마자 입맛이 확 돌았다. 때깔 좋은 고등어는 마치 자랑하듯 반짝이며, 고기는 정갈하게 얹어져 있었다. 그리고 김치! 누가 봐도 완전한 묵은지였다. 그 김치는 마치 오랜 시간 동안 깊은 맛을 품고 있던,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빛을 발한 존재 같았다. 김치광공이였던 나는 속으로 감탄하며 숟가락을 들었다. 
 
어떤걸 먼저 먹을까하다가 조금 덜 기름진 고등어 김치찜을 먹기로 했다. 김치찜, 고등어를 한 입 크기로 조심스레 자르고 밥을 푼 숟가락에 이쁘게 올린다. 눈 앞에서 한번 더 바라보고 입에 넣었다. 먼저 다가오는 건 깊고 고소한 고등어의 풍미였다. 살이 부드럽고 촉촉하게 씹히면서도, 그 특유의 감칠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묵은지와 고등어가 함께 어우러지며, 고등어의 기름기와 김치의 시큼한 맛이 마치 한 편의 조화를 이루는 듯했다. 김치 국물은 깊고 짭짤하면서도 매콤하게 뻗어나가, 고등어의 맛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 뒤로 텐션이 오른 나는 이번엔 돼지고기 김치찜을 먹어보기로 했다. 얼른 상추에 싸서 한 입 먹어보니, 그 맛이 또 달랐다. 상추의 아삭한 식감이 고기의 부드러움과 묵은지의 매콤함을 완벽하게 잡아주었다. 고기의 기름진 맛이 상추의 신선함과 만나면서 느끼함 없이 깔끔하게 넘어갔다. 김치찜 국물이 상추 속에 스며들어, 상추와 함께 한 입 먹을 때마다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일품이었다. 특히 상추의 향긋한 맛이 돼지고기와 묵은지의 강렬한 맛을 부드럽게 중화시켜주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가족들도 맛있는지 5명이 동시에 내게 엄지척을 날렸다. "헤헤 뭘ㅎㅎ"하며 어깨가 올라갔다.
 
그렇게 우리는 김치 한 조각 남김없이 먹고, 배를 통통 두드리며 밖을 나섰다. 몸이 따뜻해지니 겨울 바람도 부드럽게 다가왔다. 사실 그 당시 우리 집 쪽엔 폭설 주의보가 내렸는데 여기는 경상남도라 눈도 없고 쌀쌀한 정도의 추위여서 밖을 걸어다니기에도 너무 좋았던 것 같다. 겨울엔 경상남도 여행,, 진짜 좋긴 좋다,,
 

카페 뮈렌, 다음 글에서 이야기할 그 곳

그 다음으로 간 곳은 카페였는데, 사실 여긴 조금… 그랬다. 여자만 5명인 우리 집은 카페를 자주 갔었기 때문에, 뮈렌 또한 여러 군데를 많이 찾아보고 고르게 된 곳이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기대와는 조금 달랐다. 그 카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풀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 뒤로 우리는 해남으로 향했다. 해남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가 1년 전에 묵었던 숙소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번에도 다시 가기로 결심한 곳이었다. 그 숙소에서의 편안하고 특별한 기억들이 여전히 생생해서, 이번 여행에서 다시 그곳을 경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감이 컸다. 마치 그 숙소에서 기다리고 있을 새로운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마음이 설렘으로 가득 찼다. 그 특별한 순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을지,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된다.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